8월 7일 화요일
신문 지상에 처음으로 발표된 나의 글을 찾아내었다. 책장 속 구석, 밀쳐두었던 노트들과 신문 스크랩 사이에서 발견된
다 헤어진 노트, 그 속에서 내 산문을 발견하였을 때 조금 감격스러웠다. 숨겨두었던 보물처럼 살포시 먼지를 닦아 페이지를 넘기며 찾아 읽어 보았다.
’겨울 전초병‘ 이라는 글이다.
까치도 울지 않는다.
꼭두 새벽부터 흔들어대던 포플러 가지 위의 너댓 남은 잎들도 낙서전 구경이나 떠났는지 보이지 않는다. 그들 먼저 낌새를 차렸나 보다.
근무 중 촉촉이 젖어 오른 밤의 고요는 그만두고라도, 일조점호(日朝點呼) 때 병사들의 하이얀 입김은 무서리가 내린 날의 유연한 향기로서 아침 햇살을 허물고, 연병장 모퉁이 마다에서 터져 나오는 ’행군의 아침‘군가는 하늘에 가는 서곡으로선 너무나 우렁차서 또한 섧다.
샘물을 퍼내서 아침을 닦고 끈끈한 군침속에서 식사를 할 때 배추국 따스한 온기속에 벌레먹힌 갈잎들도 함께 줍는다. 그럴라면 곧추 고향의 어머님의 모습이 밥공기를 덮는다. 지금쯤 옷장 밑 바닥에서 겨울 내의를 꺼내 놓으시고 막내 놈부터 차례로 건네 주시면서 흐뭇한 입김을 나누실...
입동이다.
온종일 구보다, 훈련이다 지내다 보면 하루는 스쳐가는데, 장기바둑을 벗 삼거나 엎드려 편지를 쓰고 있는 옆 전우들은 병영 생활을 만족해 한다.
역시 오늘 밤에도 보초 근무를 나서야 하고 예리한 음성을 발하는 바람 가까이서 별들은 쟁쟁한 외할머니의 이바구에 귀 기울이겠지.
건강한 모든 것들을 겨울 주변에다 모아둘 올겨울에는 천지에 다시 없는 눈들이 쌓이리라.
이 착잡한 늦가을을 둥지 속으로 몰아넣던 까치, 까치는 토담을 허물고 있다. 그렇다. 우리들 초병은 계절을 가장 빨리 감지하는 분명 겨울의 전초병인 게다.
<독서신문> 1972년 12월 3일자 (제105호), ’병영 수상‘에 실렸던 글이다.
서부전선 최전방 생활에서 이름 모를 병에 걸려 잠시 ’연대 의무 지대‘에서 병원 신세를 진 적이 있었는데, 그 때 투고했던 글이다.
자대(自隊)로 돌아와 보니, 위문편지가 내 앞으로 많이 보내져 와 있었다. 왠일인가 하였더니 “글이 독서신문에 실렸다”고 부대 정훈장교(육군 중위)님이 알려 주셨던 기억이 난다.
위문품도 많이 보내져 와 소대원들에게 일일이 나눠주었었다. 위문편지도 나누어 주고, 서로 편지 교환을 하도록 주선하였었다. 글이 짧다고 대신 답글을 써 달라 하여 대필해 준 적도 있었다. 많은 편지 중 이쁜 글씨와 사연을 하나 골라 서로 편지를 주고 받고 하였었다. 그 아가씨와 계속 인연이 이어졌다면 지금의 아내를 못 만났을 뻔 했다. 비밀이지만...
독서신문(讀書新聞)이 현재도 발간되고 있는지 궁금했다.
NAVER 지식백과에서 찾아보니 ’독서신문사에서 발행되는 주간신문‘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학술.문화.에술.출판정보에 관한 전문 신문으로, 1970년 11월 8일 김익달을 초대이사장으로 하여 서울특별시 종로구 세종로 202번지에서 창간되었다.
타블로이드판형으로 4샛 인쇄되었으며, 30면 내외로 발행되었다. (중간 생략)
매주 일요일에 발행되는 이 신문의 주요 주주는 국내 유수의 출판사들이다.
이 신문이 다루고 있는 주요 내용을 목적별로 분류하면 독서 인구의 개발, 독서 광고의 일원화, 해외 시장 개척 및 저작 활동과의 관련 문제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중간 생략)
2007년 5월 28일에는 인터넷신문으로 <독서신문 i> (www.readersnews.com) 를 발행하였고,........
2009 10월 23일 창간 40주년 기념행사를 프레스센터에서 거행하였다 한다.
반가웠다. 벌써 50년 세월을 이어가고 있다 한다. 잠시 인터넷 주소를 치고 들어가 보았다. ’Since 1970 독서신문‘이라는 페이지가 떳다. 잊고 살아온 세월이 무심했다. 다시 독서신문을 만나고 싶다. 그 곳에서 글도 읽고, 글도 쓰면서 숨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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