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수필 3

겨울 전초병

까치도 울지 않는다. 꼭두 새벽부터 흔들어대던 포플러 가지 위의 너댓 남은 잎들도 낙서전 구경이나 떠났는지 보이지 않는다. 그들 먼저 낌새를 차렸나 보다. 근무 중 촉촉이 젖어 오른 밤의 고요는 그만두고라도, 일조점호(日朝點呼) 때 병사들의 하이얀 입김은 무서리가 내린 날의 유연한 향기로서 아침 햇살을 허물고, 연병장 모퉁이 마다에서 터져 나오는 ’행군의 아침‘군가는 하늘에 가는 서곡으로선 너무나 우렁차서 또한 섧다. 샘물을 퍼내서 아침을 닦고 끈끈한 군침속에서 식사를 할 때 배추국 따스한 온기속에 벌레먹힌 갈잎들도 함께 줍는다. 그럴라면 곧추 고향의 어머님의 모습이 밥공기를 덮는다. 지금쯤 옷장 밑 바닥에서 겨울 내의를 꺼내 놓으시고 막내 놈부터 차례로 건네 주시면서 흐뭇한 입김을 나누실... 입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