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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다시 읽는 흑산도 홍도 여행기

이노두리 2007. 6. 27. 09:12

다시 읽는 흑산도 홍도 여행기

                     

거목산악회에서 홍도,흑산도로 간다기에 벌써 2달전에 신청서를 낸터라, 6 16토요일,  17일요일  1 2일간의 일정으로 다녀왔다. '13만원이면 싸다'라는 솔깃함보다야 단연 흑산도,홍도가 나를 불렀기 때문이다.

 

목포에서 흑산도로

 

'흑산도 아가씨 '노래로 더 잘 알려진 흑산도와,  새벽이면 멀리 중국 닭울음소리가 들린다는 紅島, 우리나라 서남단에 위치한 섬들이 과연 어떻게 생겼을까 한번 가보고싶어 나선 길인데 일기가 좋아야지 하고 내내 걱정하였다.  다행이 바다는 오랫만의 여정을 굽어살펴 잔잔한 편이었다 .  멀미없이 흑산도 예리항에 도착하였다. 선착장에서 내리면 바로 코 앞에  흑산도라고 새겨진 큰 입석이 있다. 대부분 그 앞에서 기념촬영을 한다.

목포에서 흑산도까지는 쾌속선이 꽤나 많다. 하루에 네번씩 왕복한다고 줄 잡아도 수많은 관광객이 섬에  간다. 섬이 몸살이나 하지 않을는지, 우리는  목포에서 13:20분 배에 올랐었다.  목포에서 흑산도까지는 92km, 요금은 25,700원이다. 섬과 섬사이를 1시간여 가다가 먼바다로 나가 1시간 여를 달려야 흑산도에 도착한다. 연안부두에 있는 지도를 눈여겨보아 두었었다. 비금도와 도초도 사이로 빠져나가는 좁은 海路를 보는 맛도 괜찮았다.

흑산도는 홍도의 형뻘인 셈,  도착하자 마자 숙소를 정하고 관광에 나선다. 목포에서 2시간 정도 뱃길로 달려온 셈이라 유람선 관광보다 육로 관광을 택하여 우루루 버스에 올랐다. 버스기사는  창밖의 흑산도 풍치를  구수한 입담으로 안내하며 꼬불꼬불 산 비탈길을 오른다.  예리항을 출발하여 1인당 8,000원어치의 섬을 반바퀴 돌고 다시 돌아오는 관광이 시작되었다.

구미에서 . 아침 8에 출발하여 경부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대전에서 호남고속도로로 타고 달리다 정읍에서 다시 서해안 고속도로로 연결하여 달려온 약 5시간만에 목포항에 도착하였고, 목포에서 흑산도까지의 두어시간의 뱃길에,  벌써 하루해는 밑둥에 닿아 오후 5, 조금씩은  지쳐있을 것 같은데도, 모두들 섬을 카메라에 담느라 물고기 처럼 살아 퍼덕거리고 있었다.

흑산도는 우리나라 섬중에서 17번째 큰섬이란다.  섬 주민이 4,700, 유동인구 2,500 명이나 된다고 하니  꽤나 큰 섬인 셈이다. 청동시대부터 주민이 살았다고 한다. 비치 호텔도 있고 여관, 민박도 가능하다. 그러나 대부분 좀 오래되었다는 느낌이다. 중학교까지 있으며 학생수 45명이라는데 포인트를 주어 강조한다. 천주교회당도 있고 그 옛날 약용선생의 형이신 정약전 선생의 유배지이기도 하단다. 물론 교회도 있다. 흑산도는 크고 작은 100여개의 섬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여기는 대흑산도라네. 소흑산도는 가거도라 불리며 이곳에서 한참이나 멀리 떨어져 있다네.

산신당, 동백군락지인 용마루 고개를 올랐다가 또한 내리막으로 급커브 , 완주도로 27km 모두가 포장이 되어 있지 못하여 반 바퀴만 버스로 갈 수 있다. (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우리와 함께 버스에 오르지 못한 낙오자(?) 몇 분들은 승합용 택시로 관광길에 나섰는데 오히려 비포장도로까지  한바퀴를 일주하여 더욱 좋았다는 후문을 들려주었다. 비용도 1인당 10,000 7명이 70,000원으로...)

 약수 마시는 곳에 와,   앞서거니 뒷서거니 약수를 들이키고 정신을 차렸다.  용고개 마루에 내려 '흑산도아가씨'노래비를 카메라 앵글에 담아둔다.   산마루로 올라간다.  이미자의 흑산도 아가씨 노래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상리봉. 앞뒤 바다가 한 눈에 조망되는 곳에서 기념사진도 찍는다.  사실  30년지기들인 옛 직장 입사동기들 부부가 함께 한 이번 여정이 무탈하기만을 몇번이나 빌어본다.   사정으로  함께 하지 못한 마누라 덕에 내가 위로를 받는다. 세상 참...ㅎㅎㅎ

 

주어진 2시간,  후다닥 주마간산격으로 육로관광을 마치고 돌아와 저녁을 맛있게 먹자고 앉았으나 저녁상은  한참만에야 들어온다. 배를 쫄쫄 보골을 채웠으니 (약을 올렸으니) 무엇인들 꿀맛이 아니랴. 한상에 6명씩 둘러앉아 먹어야 한다.  불평할 여유가 없다. 우리는 '호텔 관광장'에 짐을 풀었으나, 90명이 들이 닥치니 북새통이다. 방하나에 8명을 배정받았으니 코구멍 만한 방에 8명이라니... 애고 첫날 밤이 궁금하다. 그럼 그렇지.... 지은지 몇년이나 되었는지는 몰라도 밖에서 보기와는 달리 안은 개판 오분전이다. 이름만 호텔이닷 ! 어차피 여행이니 호강 하러 온 건 아니지 않은가... ㅋㅋㅋ.

 

이제 너무나도 푸르다가 검게 보인다는 黑山島, 밤바다를 보러 나가야지...

해상 관광은 흑산도는 불경기다. 차타고 배타고 지쳤으며, 내일 또한 홍도 유람선이 기다리지 않은가. 17,000원을 옵션으로 내 돈을 내어야 하니 누가 이를 반기겠는가. 프랭카드도 눈에 잘 띄지 않는다. 20명을 채워야 유람선은 떠난다네. 채울 리 가 없다.

우리 일행 90여명을 포함해 쾌속정들이 연신 실어다 풀어놓은 관광객들로 형형색색 사람 물결로 , 경상도와 전라도 그리고 육지와 섬이 만나  벌써 짠물은 비릿내가 나고 있었다.

이제 부터는 밤의 파티가 기다리지 않은가,  먹고 즐기야지... 여행도 혼신을 다하여 즐기는 것(?)이 한국사람들의  1등 순서다. 부어라 마셔라 불러라!!!

방파제쪽으로 천천히 걸어가 멀리 수평선으로 떨어지는 일몰을 본다. 꽈리처럼 붉다 했든가, 한잔 술로 달래고 일찍 자리에 들려고 여관방에 누웠으나, 옆에선 코고는 소리가 시작된다.  잠이 들만하니   뒤늦게 들어온 옆방의 고함소리에 멀뚱멀뚱...

같이 오지 못한 여보 생각에  그런다고나 할까?  좀체 잠을 이루지 못한다. 새벽녁에 거나하게 취하여 들어온  다른 일행 몇 명이 또 잠을 깨운다. 낯선 곳에서의 밤은 이렇게  내겐 서툴다 .

 

 

 

 흑산도에서 홍도로

 

 아침 나절 부터 약간의 비가 뿌리다가 멈춘다.   9시 50 홍도로 가는 쾌속선에 올랐다. 20여분을 흐린 바다로 나가니  홍도는 눈을 이고 있는 듯, 안개 구름 사이로 보였다.

 

조용한 새벽이면 멀리 중국 본토의 닭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紅島,

小黑山島와 함께 우리나라 최남단에 위치한 홍도는  서쪽 3백리 가까운 섬이며, 大黑山島에서도 40리 즉 약20km가 넘는 아득한 섬이다.

 

선착장에 발을 디디니 오히려 날씨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여인네의 마음처럼 밝음으로 변해 있다.

 

섬 크기는 울릉도의 10분이 1도 못 되면서 희한한 명소의 수는 울릉도의 배가 넘는다는 홍도, 홍도1리에 도착하니  둥근 바위 돌로 된 해수욕장이 먼저 맞아 준다. 모래사장이 아닌 바윗돌 해변.에서 또 촬깍촬깍…

 

섬을 한바퀴 돈다는 유람선 관광 전에 자유시간 2시간 여  남는 시간을 이용해서 산보를 하기로 한다. 아주머니들이 좌판을 벌이고 해물 사라고 난리다. 해삼, 멍게, 괴불, 등등.

처음 분교 옆을 지나  계단을 올라 또 사진 찍기에 바쁘다.  홍도도 마찬가지로  주말을 맞아 사람과 사람 물결이다.  깃대봉으로 가는 입구는 '산행금지' 현수막이 걸려있다.  여기도 나중에 안 일이지만, 가이드는 등산이 가능하다고 언질을 주어 정상(368m)을 다녀 왔다고 자랑하는 분들도 더러 있었다.

 

12 30에 유람선에 올랐다. 요금은17,000,  

유람선 관광은   가이드의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 로 부터 시작되었다.

  첫째  바위산이라는 것, 바위에 금이 쭉쭉 그어져 있고

  둘째  아름다운 노송으로 단풍이 없다는 것,

  셋째  섬주변 동굴이 220여개 라 그 중 6개 명소가 있다는 것,

  넷째  바다가 특없이 푸르다는 것. 그래 10-20m 깊이까지를 볼 수 있다네.

그러 안 하요? 젊은 얘기꾼은 관광객을 사로잡는다,. 오늘 이 배 탄 거시기... 운이 좋소, 날씨도 거시기하고...

 

거북바위로 부터 시작된 홍도의 비경은 낙타바위, 보석동굴, 거시기바위, 왕비의 탑, 콜라병바위, 독립문-여기선 오래 머문다. 사진을 폼잡고 찍으란다. 날 좋다. 너울도 없다. 갈매기도 없다. 갈매기는 고기를 따라 먼 바다에 나가고... 나무는 모두 자연분재. 바위가 만들어 낸 구멍의 모습도 각양각색. 모양도 가지가지. 옆으로 갈라진 바위 .세로로 갈라진 바위. 와르르 무너질 것 같은.

 

탑 섬에도 풀어 놓는다.  마음 놓고 사진을 찍으라는데 ...이러다 섬은 오래지 않아 내려 앉을 겉만 같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이도 호객 행위의 일종이다. 호감을 끌고 사진을 박아 액자로 만들어주면 돈이 되니까...ㅋㅋㅋ

7형제바위, 만리장성, 또 거시기바위, 남매봉, 칼바위,  그 중 제1경은 단연 남문이다. 남문에서 유람선은 모드를 잡아 놓는다. 돌에 신경이 있다면 카메라 세례에 세포가 수 없이 죽어 나가겠지...

물개바위, 평품바위, 아차바위 아휴...이걸 다 어떻게 알아보노?

남쪽을 돌아 서쪽으로 나아간다. 곰바위, 임신바위, 제비바위...

이윽코  회를 파는 배고 오고서야 '바위와 굴의  행렬'의 설명은  끝이 났다.

이제 온통 서로 바다에서 직접 잡아 올렸다는  회를 사려고 몰려있다. 싱싱한 횟감을 한입 쏘옥 넣고서야 조용해 졌다.

바다는 이제 잠잠하다.

섬은 이렇게 홍역을 치루기도 하고, 혼자 조용히 명상에 잠기기도 하는 법을 익히 알고 있다.

그렇게 紅島는 혼자  잘 견디고 참아내며 모든풍파,  세월을 이겨 온 것이다.

 홍도가 온갖 기경으로 뒤덮인 것은 섬 전체가 규암(硅巖)으로 이루어져 있어 ,억겁의 세월이 흘러가는 동안 비교적 약질의 바위들이 거센 파도와 비.바람에 씻겨 여러 가지 형태로 변해버린 것이다

 

 

홍도에서 목포로

 

이제 떠나야 할 시간이다.

유람선이 선착장에 도착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홍도에서 목포항으로 가는 쾌속선이 붕붕거리고 있었다. 15:50분 배다. 뉴골드스타, 단체로 일인당 28,000원이다. 목포까지 직항 노선으로 승선하자마자 잠을 청한다.

초여름의 바다와 섬에 흠뻑 취하고 가는 셈인가, 1 2일 여정으로는 짧은 감도 있지만 이 정도가 어디랴? 벼르고 벼른 만남은 우연히 한번 내게 왔다 가는 것이 아닌가.

구미 거목 산악회에서 계획을 잡고 여러가지로 준비한 덕에 서남단 흑산도, 홍도 구경을 한게 아닌가, 생각해 보면 고맙고 고맙다.

앞장서 추진한 분들의 덕분으로 졸졸 따라 깃발 뒤에 있으면 된 것이렷다.

 이번 여정에서 아름다운 면만 볼 것이 아니라, 뒷면도 보려고 애?. 코스 뒷면의 인간 다움과  아름답지 못한 면도 함께 보려고 한 것이다.  친구들과 벗하고, 연인들과 벗하고, 한쌍의 부부가 벗하고, 시집갈 딸을 데리고 마지막인듯 함께 하는 부모도 있었고, 자식들이 효도관광이라고 보내드렸는지 노인네들끼리 한패가 되어 노랫가락에 흥얼거리는 일행도 만났다.  부둣가에서 만난 젊은 외국인 남녀는 여유가 있어  너무 좋게 보이기도 하였다. 그들은 카메라에 담기 보다 눈으로 즐기고 마음으로 보는 듯 했다.. 그리고  낯선 곳과 자신을 호흡하며 서로를  들여다 보고 있었겠지…

많은 사람들 틈에 끼여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여행, 여행이란 이렇게 또다른 삶을 깨우쳐 주는 것이다.

여관 좁은 통로에 쭈그리고 앉아 돌미역 다발 몇개에 삶을 지탱하려는 듯한 섬노파, 내게 열심히 병 하나를 흔들며 "마수 좀 해 줘요"하고 애걸하시던 '창출 '술병을 파시던 할머니, 

홍어야 전복이야 ,

홍도의 아름다운에 빠져 고요하던 빈배,

섬 그늘이여 안녕!

안녕!

 

출처 : 이노시스템
글쓴이 : 이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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