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시

늦가을 비에 젖어

이노두리 2006. 11. 15. 20:29

 

 늦가을 비에 젖어


 

 

 

꽃 진 水菊 잎에 떨어지는 빗방울

바라보라 여인아

가을은 아름답게 간다



도시의 가로수, 은행잎도

노랗게 물든 놈이 먼저 떨어지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여인아

늦은 가을은 이렇게 간다



지난 여름

사랑을 잃은 바다도 지금쯤

아픈 가슴으로 네게 와

香을 피우고

울음을 참아내지 않는가



혼자 즐기는 노래를 접고

이제는 뒤뜰 대숲에 차나무를 심어도 좋지 않겠는가

그 순한 찻잎이 대숲 빗소리에 놀라 깨어 나올 때면

봄과 함께 찻잔을 들어도 좋지 않겠는가



맨드라미 앞섶이 무너지던 지난 밤

내게 와 안기던 빗소리는

따사한 차 사발에 둘러앉아

몇 번씩이나 알맞게 茶를 우려내고…… 



젖은 늦가을

山寺의 키 큰 은행나무, 그를 안아보던 여인의 사랑 하나

이젠 은행 알 되어

風磬소리에 놀라  툭툭 떨어진다


2006.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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