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3일 수요일
네 번째 항암 셋째날, 어느새 병원 생활에 적응되어간다.
밤자리에서 몇 번씩이나 깨고, 조금 끙끙대긴 해도 어제에 비해 일찍 깨어났다. 옆자리의 코골이가 어제 오전에 퇴원하고 새로운 입원환자 (80세 할머니)가 들어와 어젯밤에는 피해가 없었다.
창가쪽 침대의 환자( 64세 할머니)의 소변 냄새만 아니라면 참을만 하다. 간병인의 목소리 톤도 낮아졌다. 단지 소변기 부딪히는 소리와 슬리퍼 끄는 소리를 제외하곤...
새벽공기를 마실겸 휴게실로 나가자고 했다. 편의점에 내려가 아침신문과 물한통과 요플레 2개와 햇반 하나를 샀다. 아침 식사가 배달되기를 기다리다 아내와 함께 먹으면 된다. 항암 투병 환자가 병원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는 일도 먹는 것이다.
병원생활이란 것이, 그리고 병간호는 그렇게 나쁜 일만 있는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잘 활용하기만 하면 유익한 일도 있다. 시간을 내어 책을 읽는다든지, 글쓰기를 해본다 든지, 밀린 과제를 해결한다든지 (나는 어제 과제 2개를 해결했다. 하나는 산업혁신운동 완료보고 후 평가, 또 하나는 완료보고 후 제출할 보안평가 등 서류 3개를 메일로 송부했다)하며, 하루를 유익하게 보낼 수도 있다.
더구나 폭염을 피해 에어컨이 잘 나오는 환경에서 책을 읽는 여유도 생겼다. 병실밖에는 지금 38.5도의 살인적인 날씨 아닌가,
아무도 나를 간섭하는 사람도 없다. 특히 일기쓰기를 휴게실에 와서 밤늦게까지 하고 있어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누가 병원까지 와서 일기를 쓰겠는가, 밤늦은 시간에 나혼자 병동을 천천히 걸어보아도 정신병자로 보지 않는다. 여기는 암병동이니까.
암 걱정없는 행복한 세상
-미션: 국민의 암 발생율과 사망률을 낮추고 암환자의 삶의 질 향상
-비젼; 세계 최고의 암센터
-핵심가치:소명의식, 자긍심, 변화와 혁신, 소통, 솔선수범
액자로 벽에 붙여있는 국립암센터의 미션, 비젼, 핵심가치도 천천히 읽어본다. 미션, 비젼, 핵심가치는 내가 좋아하는 단어들이다.
병원생활도 ‘먹기’ ‘자기’ ‘놀기’이다
미국에는 ‘고양이 손목시계’라는 것이 있다는데,
먹는다, 잔다, 논다 (eat, nap, play) 세마디만 되풀이해서 나온다고 한다.
<이렇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에서 인용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진욱 옮김, 문학사상, p130
이를 이렇게 바꾸어보고자 한다.
‘먹기’ ‘자기’ ‘놀기’
어떻게 먹을 것인가가 가장 중요하다.
어떻게 잘 잘것인가가 더 심각하다.
어떻게 놀것인가가 건강을 지키는 비결이다.
여기에 한가지 더 보탠다면 언제쯤 항암주사는 끝날 것인가? 이다.
아내도 ‘시 읽는 엄마’ 책 한권을 하루만에 다 읽었다 한다. 책속에서 공감이 가는 내용이 많다면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단다. 저자가 아기를 키우면서 어려웠던 점이 공감이 되었다 한다.
겉표지에는 ‘세상의 모든 엄마여, 그대의 삶이 바로 詩다’라고 되어 있다. 아내도 詩를 좋아한다.
*시 읽는 엄마’-신현림 지음, 다산북스 刊,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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