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투병기

26. 일기쓰기

이노두리 2018. 9. 3. 19:05

719일 목요일

 

일기쓰기를 시작한지 26일째이다.

육십 평생을 살아오면서 초등학교 시절, 방학숙제로 일기를 써 본 이후로 이렇게 길게 일기쓰기는 처음이다.

방학숙제라 해도 매일 쓴 것이 아니라 방학동안 내내 놀다가 개학하기 하루 이틀전에 소위 몰아치기로 온 식구가 달라붙어 겨우 베끼기수준으로 쓴 적은 있었다. 까마득한 옛날 일이라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아마, ”나는 오늘 눈깔사탕을 먹었다. 맛있었다. 동생과 싸웠다. 엄마로부터 꾸중을 들었다이런 수준이었을 테다.

 

인생 마무리 단계에 들어 갑자기 일기를 쓰고 싶어진 것은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아내의 병 간호를 하면서 뭔가 남겨야겠다는 막연한 욕구 때문이었다. 그도 처음부터 작정하고 쓴 것이 아니고, 병원 생활 중 지루하니까 아내와 함께 사진 구경도 하고 음악도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얇고 가벼운 스마트 노트북하나를 구입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노트북은 평소 내가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게 있다. 몇 년전 구입한 것이지만 용량이 빵빵하고 속도도 있다. 다만 무게가 2.3Kg으로 들기에 만만찮아 가방속에 넣고 다니면 묵직하다. 노트북 컴퓨터(LG15N365)-제조;2016.05‘은 한손으로 핸드링하기에 불편하고 병원에서 만지고 있으면 업무보려 왔느냐고 주위에서 놀릴까봐 두려웠다.

스마트노트북(NT900X3H)intel CORE i3‘은 부피도 얇고 1Kg미만으로 가볍다. 한손으로 잡히고 무릎위에 놓고도 쓸 수 있다병원으로 가져가서 간호 도중 간간히 휴게실에 나와 음악도 듣고 게임도 하여 시간을 죽일 수 있었다

사실 휴게실에는 컴퓨터가 한 대 있어 인터넷 사용은 가능하나, 나만 혼자 독차지하고 있을 수도 없을 뿐아니라 게임중지로 내가 좋아하는 바둑을 둘 수 없었기 때문이다.

몇일 지나면서 음악을 들어보기도 하고 인터넷으로 바둑도 두고 하였었다. ’이렇게 시간을 죽이고 있느니 유용한 게 없을까하는 생각이 났고, ”그래 일기를 써보자로 갑짜기 생각이 바뀐 것이다.

 

일기쓰기는 사실 어려웠다. 병원에서는 밤 10시면 무조건 소등이라 캄캄한 병실안에서는 글쓰기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남들 다 자는데 나만 홀로 휴게실에 나와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게 청승맞을 것 같아 조심스러웠다. 노트북에 몇자 두드리고 나면 생각이 막혀 진도가 나가지도 않았다. 하여, 초저녁에 간간히 쓰거나 시간짬을 내어 쓰자하였던 것이다.

병원생활을 억지로 짜내어 글을 쓴다는 것은, 무엇부터 써야 하는지 막막했다. 소설쓰기도 아니고 수필집을 내기 위해서도 아니라면 일상에서 본 사실 중심으로 기억에 남길 몇가지를 간단히 쓰자 생각했다.

 

혹시 알어?, 모으면 책 한 권이라도 나올 수 있을지...

죽기전 해보고 싶은 일, 욕심이지만 해보자고 시작한 일기쓰기는 지루한 병원 간호생활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었고, 새롭게 할 일이 생겨 시간땜도 되었다.

 

귀가하여서도 계속된 일기쓰기가 20 여일째가 된다.

내평생 이렇게 줄기차게 한 일이 많지 않으리라. 물론 컨설턴트로서 수행일지를 쓰거나 결과보고서를 쓰는 일은 상당히 익숙해 있어 크게 도움이 되었다. 며칠 쓴 것을 다시 읽어보다가 일기에 제목을 붙여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일어 일자별로 제목을 붙여보았다. 그것도 재미있는 일이었다.

 

자연스레 지금까지 책을 가져야지하는 꿈만 가지고 조금읽다 만 서적들을 찾게 되었고, 다시 읽어보니 도움이 되었다.

책을 읽지 않고는 글쓸 생각을 마라

일기를 쓰지 않고는 글을 쓴다는 것은 꿈도 꾸지마라이런 대목들이 가슴을 쳤다.  

<늙는다는 것의 의미>-The Measure of My Days-를 쓴 작가 플로리다 스콧 맥스웰 은 82세에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지 않은가, 그녀는 80 고개에서 자기가 걸어온 삶을 뒤돌아보는 사색의 글을 남겼다 한다.

         

사실 살아오면서 일기를 쓰지 못하는 이유를 여러 가지 열거해 왔었다.

내가 쓴 일기를 누가 본다면 뭐라 할까, 내가 죽고 난 이후에 자식들이 내 일기를 읽는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등 등

이젠 매일 일기를 쓰는 것이 기쁨이다. 예를 들면, 일기를 쓰기 위해서 매일 운동을 한다, 아내가 웃을 일을 찾아본다, 책을 찾아 읽는다, 설겆이를 한다, 시간을 유용하게 쓴다 등 장점이 생겼다.

기록으로 남기 때문이다. 하루 만보걷기 등.

 

      

만보걷기 7,289걸음  한낮 외기온도 38.5도 연일 최고기온이다. 내가 아프면 큰일이다. 치료중인 아내를 누가 돌보겠는가? 일기쓰기와 함께 을 쓰고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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