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재를 다녀온 일은 우연이었다.
휴가지로 모두 떠난 휴가철,
텅빈 가슴을 메우려
육행정보살님과 함께 문경을 찾아 간 날이 8월3일 , 토요일
문경옛시장에 들러 도토리묵 몇 모를 사들고 찾아간 관음리는 숨죽인 듯 조용하였다.
'어서 오세요."
각자님이 손수 국수를 삶아 짜장육수에 말아내어 반겨주셨다.
이만하면 여름날 점심한끼가 그만이었다.
문경에는 옛부터 흙이 좋아서인가
관음리 오는 길에 군데군데 도요가 보이더니
이곳에도 도자기를 구어내는 가마터가 오늘은 한적하다. 따가운 햇살만 따라와 반짝인다.
나는 습관처럼 카메라를 꺼내어 주변 산책에 나섰다.
강한 햇살에 사과도 주렁주렁 익어가고...
꽃들도 맑은 공기를 흠뻑 들어마시고 나를 물끄러미 쳐다 본다. 낯설다 이 말이제...
오랫만에 산들바람이 볼에 와 닿아 간지르고...
국수도 맛나게 먹었겠다 우리는 하늘재로 산보해보기로 하였다.
신라 아달라왕 3년 , 서기 156년에 개통되었다는 하늘재,
그 이름이 이쁘다. 하늘재...
빗물이 이곳에서 아래로 내려가면 충주호를 거쳐 한강으로 흘러가고...
다시 반대편으로 흘러가면 낙동강으로 들어선다니
바로 하늘과 맛닿은 곳 여기가 하늘재라네.
조령간문이 생기기 전에는 경상도에서 충청도로 넘어가는 유일한 길목이었던게다.
처음에는 계림령으로 불리다가
조선시대부터 하늘재로 불리는 곳, 해발 525 m, 가장 오래된 백두대간 고갯길을 넘어간다.
신라 마지막 왕, 경순왕의 마의태자와 덕주공주가 패망의 한을 품고 이고개를 넘었다는 전설을 아는지 모르는지...
2,000년 묵은 숲들이 살아있다.
진초록 여름이 길손앞에서 조요하다.
자연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충북의 <자연환경명소 100선>중 10걸로 꼽힌다 한다.
큰 계곡을 따라 1.5km정도 울창한 숲길이
정다운 사람과 걷기에 알맞게 좁다.
하늘재의 명물이라는 '연아닮은 소나무"앞에서 그 의미를 물어 본다.
가장 사진찍기좋다는 장소에 서서 김연아 선수가
피겨스케이팅 폼으로 서있다는 나무를 본다.
그러고 보니 좀 닮은 것 같기도 하다 ㅋㅋ
안내하시던 각자님이 계곡에서 쉬며 가자신다.
계곡물에 발을 담그니 금방 더위가 식는다.
함께 발을 담구니 자연과 나는 한몸이 되고...자연에 선 우리도 한 마음이 되는가...
북쪽 포암산과 남쪽 주흘산 두봉사이에 발달한 큰 계곡을 따라 난 계곡길,
1시간 정도의 산책길로 이이야기 저이야기 하며 걷다보니
어느 틈에 숲길과 우리는 새로 만난 친구가 된 것 같다.
하늘재를 벗어나니...
미륵리사지가 보였다.
중원미륵리사지는 미륵석불과 5층탑,
거대한 돌거북과 더불어 고려불교의 융성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 미륵석불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북쪽을 바라보고 선 석불로도 유명하다는데...
석등사이로 미륵석불상이 보여 신기하기도 했다...
(사진을 잘 찍었지예...ㅋㅋ)
미륵이 무엇인가. 불교에서 미륵은 미래의 부처다. 미래 언젠가 이 세상에 나타날 구세주다.
비록 지금은 고통 받고 있지만 언젠가 미륵이 나타나 고통의 바다에서 모두를 건져 줄 것이라고 믿었다.
터만 덩그러니 남은 미륵리 절터엔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상호가 원만한 석불이 하나 서 있다.
머리에 원반 같은 돌을 이고, 뽀얀 미소를 머금은 채 월악산 영봉을 바라보고 있다. 이 석불이 바로 미륵 부처다.
조상들은 돌로 천년 세월을 조각하여 미륵 세상을 기원한 것이다.
미륵리에는 전설이 흐른다.
신라 마지막 임금 제56대 경순왕의 아들인 마의태자와 딸인 덕주공주가 망국의 한을 품고 금강산을 향해 가는 중 월악산에 이르렀다.
누이인 덕주공주는 영봉 쪽에 덕주사를 지어 남향한 암벽에 마애불을 조각하고, 마의태자는 이곳 미륵리에 석굴과 미륵불을 만들어 북쪽인 덕주사를 바라보게 하였다.
누이와 동생이 모두 불상을 조성하여 서로 마주 보게 한 것이다. 실로 혈육의 정이 살갑고 애틋하다.
-에세이 카페-최시선의 하늘재 가늘 길에서 인용- |
미륵석불의 얼굴만 희고...나머지는 옷입은 것처럼 보여 신기하기도 하다고 설명하시는
각자님에게 청을 하여
모처럼 부부 사진을 찰깍해 본다.
하늘재의 사랑인가...
이 부부는 남편은 문경에...부인은 구미에 떨어져 사신다...
인연따라 사는 모습이 우연인가...필연인가...
후박나무 옆 바위위에 선 공기돌 바위가 신기하다...
월악산국립공원 입구에 있는 주막촌에 들러
잠시 지나가는 소낙비를 피해
동동주한잔에 두부김치를 곁들이고 나니
부자처럼 마음이 넓어졌다.
인생의 중요한 재산은
첫째가 건강이요,
둘째가 조화로운 인간관계이며,
셋째가 공포로 부터 자유라 하지 않았던가
가난의 공포, 질병의 공포, 노쇠의 공포, 죽음의 공포, 사랑을 잃는 공포로 부터 자유롭다면...
하늘재를 다시 되돌아 넘어간다.
신라 마의태자와 덕주공주도 이 길을 걸었을 것이고, 시대의 수많은 백성들이 전쟁을 피해 혹은 한양 나들이를 위해 이 길을 넘나들었을 것이다.
고려의 공민왕도 홍건적의 난을 피해 이 길을 걸었다고 문헌에 전한다. 그러고 보면 곳곳에 역사의 애환이 절절히 흐르는 길이다.
.....................그렇게 넓지 않으면서 아기자기하고 보드랍다.
낭떠러지 같은 협곡이 나타나지도 않고 그냥 조그마한 물길 따라 오르막길이 이어져 있다.
중간 쯤 휘돌아 드는 길에 석축을 쌓은 것 외에는 인공의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다. 분명 천혜의 옛길임이 틀림없다.
-에세이 카페-최시선의 하늘재 가는 길에서 인용- |
하늘재 산장에도 들러보고...
하늘만큼 높은 옥수수 밭에서 옥수수도 따고...
병품처럼 막아 선 포암산도 바라보고...
도자기꿉는 모습도 재연해 보기도 하고...
이런 저런 사람사는 얘기를 하다보니
해는 꼴각 넘어가고...도토리묵에다가 부침게몇개를 주어먹고나니 배가 불쑥해졌다.
'벌써 갈라꼬?"
바쁜 일도 없는데 ...
건너편 산 자락에 먹구름이 드리우는 것을 보고 우리는 관음리를 떠나 구미로 돌아왔다.
고속도로위에서 폭우를 만났다.
한여름을 식혀주는 장대같은 비를 맞으며 달리는 차안은 의외로 말이 없었다. 서방님을 혼자 두고 떠나오는 여자의 마음처럼 빗줄기는 매서웠다.
하늘재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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