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로 읽는 글과 사진

[스크랩] 시와 함께-절간이야기 3- /장 옥 관

이노두리 2007. 1. 21. 19:16
 

절간이야기 3/ 조 오 현


아득한 옛날의 무슨 전설이나 일화가 아니라 요 근년에 비구니스님들이 모여 공부하는 암자에서 일어난 사건입니다. 물론 숲속에 파묻힌 돌담 주춧돌도, 천년 고탑도 비스듬한 그암자의 마당에 들어서면 물소리가 밟히고 먹뻐꾹 울음소리가 옷자락에 배어드는 심산의 암자이지요. 그 암자의 마당 끝 계류가에는 생남불공(生男佛供)왔던 아낙네들이 코를 뜯어먹어 콧잔등이 반만큼 떨어져나간, 그래서 웃을 때는 우는 것 같고 정작 울 때는 웃는 것 같은 석불도 있지요. 어떻게 보면 암자가 없었으면 좋을 뻔했던 그 두루적막 속에서 20년을 살았다는 노비구니스님이 그해 늦가을 그 석불 곁에 서서 물에 떠내려가는 자기의 그림자를 붙잡고 있을 때 다람쥐 두 마리가 도토리를 물고 돌담 속으로 뻔질나게 들락거리는 것을 보게 되었지요. “옳거니! 돌담 속에는 도토리가 많겠구나. 묵을 해 부처님께 공양 올리고 먹어야지. 나무아미타불.” 이렇게 중얼거린 노비구니스님이 돌담을 허물어뜨리고 보니 과연 그 속에서는 도토리가 한 가마는 좋게 나왔지요. 그런데 그 한 가마나 되는 도토리를 몽땅 꺼내어 묵을 해 먹었던 다음날 아침에 보니 그놈의 다람쥐 두 마리가 노비구니스님의 흰고무신을 뜯어먹고 있었답니다. 그 흰고무신을 뜯어먹다가 죽었답니다.


..................................................................................................


그랬구나. 도토리묵이 유난히 떫었던 까닭이 다람쥐 때문이었구나. 다람쥐가 먹어야 할 양식을 빼앗아 먹었기 때문이었구나.  천지간에 흰눈 펑펑 내리고 찬바람 쌩쌩 몰아치는 한겨울, 산중에서 다람쥐는 무얼 먹고 살아야 하나. 딤채가 없으니 김장을 담을 수도 없고, 수중에 돈이 없으니 찹쌀떡 메밀묵 사먹을 수도 없으니. 헌데 ‘두루적막’속에서 20년 동안  수행한 사람이 어찌 다람쥐家 살림 형편을 헤아리지 못한단 말인가. 하기야 생각없이 질러대는 “야호소리”에 지리산 반달곰이 도망치다가 떨어져  죽었다는 이야기, 그것도 무슨 ‘전설이나 일화’가 아니라 ‘근년에’ 일어난 사건이니.           장 옥 관 (시인)



----아이고 팔도 아프고 허리도 아파라. 매일신문을 복사하여 와 ‘좋아하는 시’란에 올리려고 기를 쓰고 독수리 타법으로 사문을 한다. 시인이나 소설가 처럼 작가가 되는 길이 이처럼 어려운데 왜 이런 힘든 길로 가는가, 또 걸어가셨고, 저처럼 먼저 가셨는가 알 길이 없다. 연재하는 분들이 왜 빨리 흰머리가 늘어나는지 쬐끔은 알겠는가,


오늘 섣달 초하루날 ‘丁亥年’三災처방을 구하러 들른 ‘수다사’의  스님말씀이 “절간이야기는 사실”이란다. 그런 이야기가 있단다. 벌이 열심히 모아놓은 꿀을 훔치는 일도 이와 같은 것이란다.

삼재(三災)라 함은 쉬운 말로는 화재(火災) 수재(水災) 풍재(風災)를 말하기도 하는데, 무릇 ‘三災’ 란 물, 공기, 불이 2%가 많거나, 2%가 모자라도 안된다는 뜻이라네요. 우리네 인생살이를 두고 이른 말이렸다.


선생님의 노고에 '모자란 사람들'이 행복하다고나 할까?.------2007. 01. 19 이노


출처 : 이노시스템
글쓴이 : 이노 원글보기
메모 :

'재미로 읽는 글과 사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섬 기행 (2)  (0) 2007.02.08
섬 기행(1)  (0) 2007.02.02
[스크랩] 밀양 영화촌 사전답사  (0) 2007.01.01
겨울을 보는 마음  (0) 2006.12.24
[스크랩] 수료식-1  (0) 2006.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