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시

세우다 -신인작품상

이노두리 2020. 9. 30. 10:32

-전 유 자

 

 

날은 어두워지고

집에 그대를 위한 흰 식탁보를 깔아 놓았습니다

 

우리 사이에는 빙판이 있고

미끄러지는 건 순식간의 일

다시 등불을 밝히려 합니다

 

눈을 치뜨며 밤의 덫을 놓을 때

바깥은 캄캄한 숲

절망처럼 헤쳐나가도 숲은 우물안의 일이죠

 

오늘 보았습니다

피뢰침이 창틀에 꽂혀 있고,

사연 실은 담쟁이가 거기를 조이고 있다는 걸

 

금 간 마음이 창문을 열고 말을 걸어봅니다

소금과 윽박으로 산 날을 보상받으려 했던

어린 오만의 날

당신, 피 묻은 가슴을 제게 널어 말리세요

 

나의 눈만이 당신을 알아보지 못했던 그 눈을

식탁위에 올려놓겠습니다

 

오세요, 밥 먹으러

 

 

 

-두레문학 신인 작품상 당선 작품

 세우다 외 5편

 

-전유자

 충남 서산시 출생,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학과 석사 졸업

 외국어대, 단국대, 명지대 시간강사 역임

 서현 문화의 집 회원

 

 

 

 

'다시 읽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담사에서  (0) 2021.11.24
늦가을 단풍  (0) 2021.11.17
안개  (0) 2020.09.26
나를 슬프게 하는 詩들  (0) 2020.09.24
이런 詩  (0) 2020.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