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유 자
날은 어두워지고
집에 그대를 위한 흰 식탁보를 깔아 놓았습니다
우리 사이에는 빙판이 있고
미끄러지는 건 순식간의 일
다시 등불을 밝히려 합니다
눈을 치뜨며 밤의 덫을 놓을 때
바깥은 캄캄한 숲
절망처럼 헤쳐나가도 숲은 우물안의 일이죠
오늘 보았습니다
피뢰침이 창틀에 꽂혀 있고,
사연 실은 담쟁이가 거기를 조이고 있다는 걸
금 간 마음이 창문을 열고 말을 걸어봅니다
소금과 윽박으로 산 날을 보상받으려 했던
어린 오만의 날
당신, 피 묻은 가슴을 제게 널어 말리세요
나의 눈만이 당신을 알아보지 못했던 그 눈을
식탁위에 올려놓겠습니다
오세요, 밥 먹으러
-두레문학 신인 작품상 당선 작품
세우다 외 5편
-전유자
충남 서산시 출생,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학과 석사 졸업
외국어대, 단국대, 명지대 시간강사 역임
서현 문화의 집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