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시

소리다방

이노두리 2020. 9. 10. 19:27

미음사 1

       -소리다방

 

 

-권미강

 

 

먼지바람 휘돌아가는 충청도 한산면 삼거리

라디오통 소리 아름답게 들려주고 싶다던 아버지는

전파사 이름도 아름다운 소리 '미음사'로 짓고

가게 양쪽에 별표 전축 스피커로 소리공양 하신다

하루 종일 배호며 이미자며 은방울자매를 불러대는 미음사는

노랫소리 흘러나오는 시장통 사람들의 소리다방

부산스러운 오전 장사 끝내고

늦은 점심 뒤 미음사로 몰려드는 읍내 사람들

제재소 현순네 아버지가 '안개 낀 장충당공원'을 멋들어지게 따라 부르면

삼거리정육점 아저씨는 '돌아가는 삼각지'로 화답한다

저고리 색만큼 홍조 띤 엄마는

'동백아가씨'나오면 진열장 물건 챙기며 흥얼흥얼 콧소리 섞는다

 

흥이 돋워지고 초원다방 차 한 잔씩 돌리는 한약방 아저씨가

미소로 따라 부르는 '백마강'은 아버지 18번

라디오 고치던 드라이버를 마이크 삼아

'고란사와 삼천구웅녀야~'외치며 백제 멸망을 애절하게 부르신다

아버지 노래는 계백장군이 동상으로 서있는 백제고도 부여를

열두 번도 더 왕래하는 특유의 바이브레이션이 맺혀야 끝난다

"자,인자 일들 허러 가, 나가 소리 크게 틀어 놀턴께"

"가게 가서 일들 혀~"

동백 포마드 바른 정갈한 머리 쓸어 올리는

한산면 삼거리 시장통 소리다방 간판스타 아버지의 노래자랑 마감소리에

시장통 사람들은 아쉬움을 털며 미음사 문지방을 나선다

 

지금도 한산면 삼거리 초입

이미자노래 '아네모네'같은 엄마가 지키고 있는

아버지의 소리다방 전파사 '미음사'

 

 

화상회의 앱을 이용 비대면 시낭송도 병행하였다

 

권미강 시인의 -엄마의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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