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시

가을날

이노두리 2020. 9. 14. 22:57

-라이너 마리아 릴케

 

주여, 시간이 되었습니다. 여름은 아주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던지시고,

평원에는 바람을 풀어줍소서,

 

마지막 열매들을 가득가득 하도록 명해주시옵고,

그들에게 이틀만 더 남녘의 낮을 주시어,

무르익는 것을 재촉하시고

무거워가는 포도에 마지막 달콤함을 넣어주소서,

 

이제 집이 없는 사람은 집을 지을 수 없습니다.

지금 혼자인 사람은 그렇게 오래도록 살 것이며,

깨어 앉아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이며

나뭇잎이 구를 때면 가로수 사이를,

이리저리 불안하게 방황할 것입니다.

 

 

 

 

내가 사랑하는 시 -시인 최영미-를 꺼내어

릴케의 <가을날>을 다시 읽어 본다.

가을 저녁에  한번쯤 읊조려 보는 것이 어떠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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