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투병기

64. 아내의 기분전환이 우선이다

이노두리 2018. 10. 11. 10:22

826일 일요일

 

일요일 아침,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오랫만에 내리는 비다.

아내는 힘들다면서 침대에 누워있다.

결혼식 참석을 위하여 10시에 혼자 집을 나섰다. 구미역 5층에 있는 라비에벨 컨벤션웨딩이다. ’리더스포럼‘ Y 사장님의 딸 결혼식이다. 내가 아는 하객으로는 리더스포럼의 K 회장님과 M 전무님이 참석하셨다. 혼주에게 다가가 인사하고,

주례없이 이뤄지는 자유로운 결혼식을 보면서 세월이 많이 변하였구나, 요즘 젊은이들의 사고(思考)가 다르구나 하고 느꼈다.

 

집으로 돌아와 보니 아내는 아직도 침대에 누워 있다. 함암 후유증으로 힘들어하는 아내의 모습이 역력했다. 말이 필요없다. 어쩌지...하다가 거실로 나왔다. 노트북을 열어 블로그에 들어가 네 블로그에 들어온 오늘 방문자 수를 확인한다. 35명이다. 어제보다는 늘어났다. 자꾸자꾸 불어날 것이다. 오랜만에 태국 사진 자유여행의 추억을 블로그에 올려본다그런데 사진 올리기가 10매를 넘지 못하게 되어있다. 사진 파일의 크기 때문이다.  

대구에 사는 말순 처제가 블로그 글에 댓글을 올려 놓았다.

“TV에서 가끔 암투병하는 아내곁에서 최선을 다하는 남편을 보면서 어떻게 저리도 잘할 수가 있을까?...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언니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형부를 보고 있습니다. 고맙고 존경합니다, 형부^^~”  

처제 고마워~ 말하지 못했지만 ...찡하다.

 

노트북에  눈을 박고 자료를 정리하고 있는 내게 가만히 아내가 다가왔다.

TV를 켜고는 “TV에서 나오는 노래소리가 잘 들리느냐?”고 내게 묻는다. 그렇다니까 아내는 잘 안 들린다고 했다. 병원에서 담당 의사가 항암 후유로 귀가 잘 안들릴 수 있다는 말에 신경이 쓰인 모양이다.

잠시 그럴 수 있으니 기다려 보자고 달래 보았다. 퇴원 이후에 며칠간 체력이 떨어져 그럴 수 있다는 생각과 신경을 바짝 써고 있어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화도 잘 안되고 설사가 잦다고 한다. 이도 후유증의 하나이다. 며칠까지는 힘들겠지, 항암하고 온 첫 일요일은 힘들다.

 

무엇보다 아내의 기분전환이 우선이다. 어쩌지...

비가 오기도 하고 운동이 무리인 것 같아 참아 본다. 비가 오면 저기압이다. 건강한 사람도 힘들다. 나도 아직 장거리를 다녀온 후유증인가, 멍멍하다. 이래저래 걷기운동은 틀렸다. 

오늘 만보걷기 1,760걸음, 저녁까지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밤새 중부에 많은 비가 내릴 것이라는 일기예보다. 이번 주 내내 비가 오락가락 할 것이라 한다. 서늘한 날씨가 더욱 몸을 옴츠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