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투병기

61. 기초 체력이 튼튼해야 이긴다

이노두리 2018. 10. 8. 21:53

823일 목요일

 

오늘 기업방문은 ㈜ CM‘이라는 회사다.

10시에 약속이 잡혀 있어 시간에 맞추어 집을 나선다. COU에 들러 김밥이나 먹을까 생각하다가 어제 갔던 시외버스 정류장 앞 다래칼국수에 들렀다. 손님이 전연 보이지 않는다. 주인장이 와서 뭘 주문할 것이냐며 묻는다. “뭐가 되죠?” “쇠고기국밥밖에 안되요.” 배짱 장사다. 그러니 손님이 없지, 생각하다 말고 그거 주세요했다.

금방 내주는 국밥을 한숟갈 넘겨보았다. 어제보다 더 맛이 없다.

절반쯤 먹다 말았다. 혼자 사는 사람은 아침 식사를 어떻게 해결하지? 싶다.

 

’() CM‘은 반도체 부품 가공업체이다. 주 생산품은 ’Si-Ring’이다. 구미 3공단 시미동에 위치한다. 네비게이션에는 구미레미콘이라 치고 찾아오라 했다. 근처에 다달아 K부장님께 전화를 걸었다. “정위원입니다. 2층 회의실에서 기다릴까요?” 도착하기 전에 미리 통지를 하는 것은 이 양반 걸음이 대단히 느리기 때문이다. 한참이나 기다려야 온다. 방문객을 미리 대기하여 맞이하는 법이 없다. 아니나 다를까 회의실에 도착하고도 10분이 지나서야 슬리퍼를 끌면서 나타났다. 반갑지 않은 손님이라서...?? 

메일을 보내 오늘 회의 및 지도 계획을 알려 주었는데도 빈손으로 왔다. 준비해간 사업계획서<SK Hynix Growing Up Together>를 꺼내 놓고 사장님과 함께 회의를 하기를 요청했다. 멀뚱히 쳐다 본다. ‘내하고 하면 되지 굳이 사장을 불러?’ 이런 투다. 이런저런 문제를 협의하고 사업계획서에 대표이사 사인을 받아야 된다고 설득하였다. 슬리퍼를 질질 끌며서 다시 회의실밖으로 나갔다. 현장 공장장이 슬리퍼를 끌고 다녀???

잠시 후 사장님과 함께 들어왔다.

안녕하세요사장님은 의외로 밝게 맞아주셨다. 준비해 간 사업계획서 표지부터 페이지를 넘기며 혁신과제 중심으로 설명해 드리며 사장님의 의중을 살폈다. ”과제를 제대로 수행하려면 KICK-OFF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사장님이 반드시 참여하셔야 합니다.“

언제죠?..........“  

다음 목요일이 어떠십니까?“.

다음 목요일은 출장이라 안되는데요............”

그럼 그 다음주 목요일로 하시죠?...............“

나는 줄기차게 사장님의 동참을 끌어내려 애를 썼다

중소기업의 혁신운동은 사장님의 적극적인 참여없이는 반드시 실패한다.

‘혁신은 위기의식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잘 아는 나는 매번 지도 초기에 그 회사의 대표가 혁신의 주체가 되기를 강조해 본다. 그러면 십중팔구 나는 바쁜 일이 있어 우리 공장장님하고 하시지요하거나, 마지못해 ~“하고 꼬리를 내리다가 몇 번 지나면 꼬리를 감추어 버린다. 그러면 끝이다. 혁신은 하나마나다. 중소기업일수록 혁신의 실패는 사장이 원인인 것을 대체로 모른다. 솔선수범이 가장 좋은 모범인것을  왜 모를까?

 

오늘 현장 개선을 위한 불합리 사진을 좀 찍어도 되겠습니까?“”사장님께서 같이 참여하실 수 있겠습니까?“ 속사포로 의견을 여쭈어 보았다.

바쁜 일이 있어서...“ ......”부장하고 하시지요

틀렸다 싶었다그런 영양가 없는 일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그거지말을 뺃어내고 싶은 걸 꾹~눌러 참았다.  K부장은 마지못해 앞장 서 나간다. 해 볼테면 해보지...’하는 표정이 얼굴에 잔뜩 그려져 있다. 또 눌러 참는다.

 

현장은 생각보다 구석구석, 가는 곳마다 물건들이 나둥그래져 있고 정리되어 있지 못했다. ”이 노란선을 넘으면 안되죠?.................“  구획선 밖으로 물건들이 삐죽삐죽 나와 있는 모습을 지적하면서  불합리 사진을 찍도록 요구했다. K부장은 엉거주춤 자세를 취하며 휴대폰 카메라로 삐딱하게 들이댄다. ”그러시면 안되고 정점 촬영을 하셔야지요.“ 코치를 한다.

이거는요, 내가 맨날 얘기하는 건데...... 안됩니다

지금 추진 중에 있습니다............“

변명이 많다. 이게 바로  병이다.

사장님이나 부장님이 하면 잔소리고요........ 컨설턴트가 하면 교육입니다......계속 지적을 해 나갔다.

자동화 현장을 돌아 측정실에 들렀을 때, 드디어 올 것이 왔다.

"바쁜데 이렇게 시간을 많이 뺐으면 되느냐"고 은근히 항의를 해 왔다.

몇장이나 찍으셨나요?..................“ K부장은 응답이 없다.

회의실에 돌아와  오늘 찍은 사진을 카톡으로 보내주실래요?“ 하고 K부장님께 전화로 부탁했다.   

, 바로 보내드릴께요잠시 후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톡 카~톡 톡 톡 톡................“ 항의의 표시처럼 톡소리가 회의실 탁자를 진동시켰다.


구내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바로 회의실로 올라와 보고서를 작성하였다.

현장에 다시 내려가 부장님 심경을 이해한다면서 K부장님의  어깨를 토닥거려 주었다. ‘사업계획서를 프린트하도록 부탁도 하고, 대표이사님의 서명을 받고 스캔본을 USB에 담았다.

회의실로 돌아 와 사업계획서세븐컨설팅K 담당컨설턴트께 메일로 송부하였다. 오늘 일과수행은 이 정도로 마무리해야 겠다. 더 이상 했다가는 처음부터 심하다면서 삐걱대는 소리가 나고 말 것 같은 분위기다.

기초 체력이 튼튼해야 요즘처럼 어려운 환경에서 이겨나갈 수 있는데...’ 혼자 심각하게 생각하고 만다.


 

일산 병원으로 다시 올라와야겠기에 서둘러 회사를 나왔다.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오는 길은 경부고속도로보다 순탄하고 빨랐다. 괴산휴게소에 들러 냉커피를 뽑아들고 막 출발하는데 아내의 전화가 왔다.

저녁시간 전에 도착할 것 같아, 기다려~“ 차를 몰고 가는 남편이 걱정스러워서 일테다. 태풍이 육지로 상륙한다고 한다.

차장으로 와서 부딪히는 비소리가 강해 졌고 바람에 차체가 흔들리기도 했다.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을 빠짝주었다.

항암치료에서 가장 곤란을 겪는 일은 먹는 문제다. 항암을 시작하면 그때부터 입맛이 싹 가신다고 했다. 더구나 내가 먹어봐도 정말 밥맛이 없다. 정성이 담겨있지 못한 식단을 개선할 방법은 없을가? 병원비중 차지하는 식대 가격이 정해져 있으니 그 가격에 좋은 식단이 나올 리도 없다. 이래저래 환자는 제대로 식사를 못한다.

특이나 함께 식사를 하며 옆에서 도와주지 않은 한 아내도 몇 술 뜨다 말 것임을 나는 경험적으로 안다.

암환자는 못먹어서 죽는다....못 먹으면 그 독한 항암을 이겨 낼 수 없다.

이것 먹으면 안돼~저것 먹으면 안돼~하는 사이 환자는 말라 들어간다. 먹고 죽은면 ~땟깔도 좋지~

체력을 길러 이겨야지~이것저것 가리지 말고 먹자~주의로 독한 마음을 품었다. 

기초가 안되면 가게도 망하고, 기초가 안되면 기업도 힘들어지고, 기초가 안되면 환자도 죽는다.


오후 550분에 고양 IC를 빠져 나왔다. 스시히로바 일산점에 들러 포장 스시를 시켰다. “포장 하나요목소리가 떨어지자 마자 이쁘게 포장된 BOX 하나가 내손에 들려졌다.

서둘러 병동으로 올라오니 휴게소에서 TV를 보고 있던 아내가 손짓으로 반긴다. 일렬로 앉아 TV시청을 하던 환자들이 멀끄럼이 우리 부부를 쳐다 본다.

환자가 이거 먹어도 돼?“

괜찮아, 입맛 땡기면 먹는거야~“

"기초 체력이 안되면 암도 이길 수 없지............"

 

           

아세안게임 축구경기가 밤 10시부터 있었다. 이란과의 16강 경기이다. 휴게실 TV를 보고 있는 사람들(환자들 포함-주로 남자)의 와~하는 소리가 병실까지 들려온다. 축구도 체력이 안되면 경기를 이길 수 없다. 히딩크 감독은 우리나라 축구를 올림픽 4강까지 올리는데 기초체력 키우기에 총력을 쏟았다 했지 않은가? 11시가 가까워졌다. 보호자 장의자에 엎드려 손전등을 켜놓고 일기를 쓰는 동안 아내는 벌써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