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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 대게 축제를 다녀오며

이노두리 2009. 3. 21. 23:16

 

 

 

 

 

 3월 중순의 토요일, 모처럼 봄나들이에 나섰다.

시집간 딸과 사위가  시어머니와 친정엄마 그리고 아빠에게 대게맛을 보여주겠다고, 동해 영덕으로 가자고 해서 나선 길이다.

 막연히 대게축제가 열린다는 것만 알고  장소도 확인하지 못하였지만, 호르라기 신호에 이끌려 삼사해상공원으로 길을 꺽어 들었다.

 

 

  아침 9시에 구미에서 출발하여 이곳까지 2시간 반 정도 대구-포항간 고속도로를 경유하여 달려오니 갯내음이 봄기운에 실려왔다. 어느새 봄이 완연하고 사람들은 어찌 이리도 잘 알고 모여 들었는지 주차할 공간이 없다.

 

 

 

 

 

팜플렛 한장을 줏어들고 그때서야 정말 제대로 찾아왔구나 싶어 사람들 틈에 기여 들어 이곳 저곳 기웃기웃거려 본다.

 웅성대는 사람들,  마이크소리에  이끌려 가니...왠 사람이 이렇게 많아?   게구멍찾듯이  비집고 들어가 보니 바로  여기가 대게잡이 깜작 경매라나?

모두들 노란 전표 한장에 목숨이라도 걸기라도 하듯, 저요저요하고 경매에 참여한다. 10여만원 하는 대게를 23,700 원 근사치에 맞춘 에닐곱 행운아에게만 대게가 돌아갔다. 허허 여기도 경쟁이군만...

 

 

 

 

 데게잡이 체험접수처에도 만발이나  줄을 서고, 어선 승선체험을 한다나...엄두도 못내고 돌아선다.

 

 대게 가마솥탕 시식회에도 입을 쫑긋 내밀고 물어 보니 오후 한시에 오란다. 그러고 보니 12시가 넘었다. 아이고  배고프다는 신호가 찌리리온다. 어째 그때까지 기달릴꼬???

 

 아내는 식후경이고 뭐고 없이 이쁜데 관심을 쏟고...대게 한마리를 볼짝에 집어넣는다.

 

 

 대게란 놈은 이렇게 먹는거야,  반값에 준다는 청년들의 목소리에,  싸움싸움 흥정하여 큰놈 작은놈 섞어 사고, 삶아내는 데도 줄을 서고,  겨우 20여분 또 기다려  삶아 나온 대게를 만원 한장 자릿세를 주고 즉석에서 먹는 '바닷 속  깊은 맛'이란  이런 맛살 그대로구나!

 

 

 

 배부른 오후는 땡땡히 부풀어오르고, 이제 부러울 것도 없다. 불경기라 해도 사람들은 저마다 잘 난 맛으로 사는 게다. 대게란 놈도 잘 난놈은 제대로 대우를 받고, 상표까지 딱 붙이고 버티고 있다는 것도 이곳에 와서 알았다. 오늘의 깨달음이다.

 

 

 

 

 시집가고, 임신한지 5개월째 되는 딸이  환히 웃는  모습을 보며, 새로운 생명이  엄마뱃속에서 미소를 배우고 태어나기를 바라며... 참는 법도 배우고... 아름다운 것도 배우고...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도 배우고...오늘은 이렇게 하여 억수로 재수좋고 기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