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로 읽는 글과 사진

[스크랩] 雲霧, 철쭉, 그리고 제암바위

이노두리 2007. 5. 8.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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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끝자락 전남 장흥의 제암산에서 철쭉이 부른다기에 산행에 나섰다.

낯선 사람들과의 여정,  관광버스에서의 달리는 노래방, 귀에 익지않은 박자와 목소리는 시 한편 읽는 것으로 달래기로 작정하고 '국어시간에 시읽기'-중학생을 위한-책 한권을 베낭에 담아 온 것이 조금은 위로가 되었다. 시는 때때로 '낯설기 하기'라 하지 않았던가.

 

전국지도를 펴놓고 노란 줄을 빡빡 그어놓은 호랑이 그림에서 유독 전라도 남쪽 끝땅 쪽으로만 못가본 것이 마음에 걸려, 순천을 빠져나가면서 부터는 차창에 눈을 두었다. 비는 가늘게 흩뿌리고...

857번 지방도를 따라 남내, 벌교를 지나 차밭으로 유명해진 보성을 거쳐 제암산 방향으로 고개를 튼다.

남도 절경들은  비에 젖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사람 사는 곳은 옹기종기 같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데 제암산 주차장에 당도하였다고 산행 준비를 하란다. 밖은 이제 빗줄기가 눈에 보일만큼 숫자가 늘어났다. 모처럼  선택한 일정에다 4시간 여나 달려왔는데 다시 이곳을 언제 와 보나 싶어, 중도에서 하산하는 것이 아닌가 더럭 겁이 났다.

 

내리자마자, 일회용 비닐 비옷부터 챙겼다. 1개 2000원, "이양반 재수 맞았네." 우루루 몰려들어 너도 나도 한개 달라고 야단 법석이다. 집을 나설 때도 경상도에도 비 소식이 없었기 때문이다.꽤나 대형버스들이 몰린 걸 보니 오늘이 철쭉제 하는 날이라나. 온통 모이라고 부르고, 호르라기 소리까지....

배낭위에 둘러쓰고는 작심을 하고 선두 그룹에 따라 오른다. 비닐 비옷 색깔도 다양하지만 산행 베낭에다 모자야 머리띠까지 가지 가지다. 남녀 노소 구분이 안간다. 혼자 오니까 이렇게 가벼운 것을 ...

 

공원묘지곁을 타고 계속 오르막이다. 잠시 숨이 차다. 비옷까지 입었으니 금새 땀이 머리밑에서부터 흘러내린다. 땀 방울인지 빗방울인지 눈물인지, 그 틈에도 앞서 가던 짝딱막이는 재빠른 솜씨로 고사리를 꺽어 들고 히죽 웃는다. 심밧다 라도 되는 양, 비오는 날의 산행은 처음이란다.

제암산의 철쭉은 워낙 유명하여 5월 초순부터 피기 시작하여 5월 중순이면 남해의 훈풍을 받아 만개한단다. 중턱부터 철쭉이 비를 받아먹고 이쁜 화장을 하고 있다. 비가 오면 화장이 다 지워질텐데...

몇개의 봉우리는 터질듯이 나를 쳐다보고, 한두 군데는 벌써 조락하고 있다.

몇번이나 쉬어갔는지 물통을 꺼내 몇모금 마시고는 뒷굼치에 힘을 줘 오르니 ,아  운무가 나를 감싼다.

나는 운무(雲霧)라는 말을 얼마나 사랑했던가,느릿느릿 피어오르는 계곡사이의 물안개를  한참 바라보았다. 산이 운무를 감싸고 철쭉이 운무사이로 고개를 민다. 카메라를  꺼내 '그리움'을 담는다.

 

이제 비는 그쳤는가, 어느 틈에 등산객이 늘어났다. 군데 군데 점심들을 먹느라 퍼질러 앉아 있다. 벌써 12시를 훨씬 넘긴 걸 보니 내 걸음으로 1시간 이상을 오른 셈이다. 산행계획서를 꺼내 살펴보아도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더니 허겁지겁 몇 걸음을 더 떼어 올라가니 잘 생긴 이정표가 있다. 고맙다. 제암산 0.6km, 공설공원묘지 1.5km, 아 내가 1.5km를 올라왔구나. 갑짜기 허기가 돌았다.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정상하고 해야지...

 

제암산이 넘어다 뵈듯이 보였다. 운무속의 제암바위에도  썰물에 딱지 붙어 있듯이 딱지딱지 사람들이 있다. 운무와 철쭉과 제암바위 앵글에 집어 넣고 보니 한폭의 그림이다. 피카소는 '보는 것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것을 그린다' 했든가, 생각이 그림이 될 줄을  몰랐다. 갑짜기 많아진 산꾼들 틈새에서 전라도와 경상도와 충청도 서울 말씨가 섞여 웅웅거렸다.

사람들은 왜 산을 찾지? 제암산 807m  돌표지판 앞에서는 아예 카메라 눌리기도 힘들었다.

제암바위 위에는 오르는 사람, 내리는 사람들로 천연색색  生을 걸고 있다. 이 틈에도 이 정상바위를 향하여 주변 봉우리들이 임금에게 공손히 절을 하고 있다. 그래서 제암(帝岩)이라고 부른단다. 바위도 절을 한다? 누가 붙인 이름인지 그럴 듯하다. 언듯보니 아닌게 아니라 요리요리 곱게 차려입은  바위들이 절 하듯이 구부리고 섰다. 그 틈에도 철쭉이다. 꽃은 5월에만 피는가, 인생의 그림도 이 같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수없이 힘들어하면서도 산을 오르는 것은 산을 사랑하기 때문일까? 제암바위를 가슴으로 한번 안아본다.

 

 

 

출처 : 구미문창반
글쓴이 : 이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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