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로 읽는 글과 사진

벌과 함께 - 박사장님 농원을 방문하고

이노두리 2013. 3. 31. 19:06

 

 

 

춘삼월

이 봄날이 가면, 우리의 한 철도 흘러가겠지.

 

3월 30일 토요일, 봄을 캐려 나선 길에  친구 호야네가 동석했다.

호야 아빠의 제안으로, 조마에 산다는 박사장 농원을 방문하기로 하고 전화를 걸어본다.

" 기다리고 있겠수다." 쾌히 승낙이다.  국도를 따라 김천을 지나면서 마트에 들러 돼지 목살 몇근을 사서 다시 길을 재촉한다.

 

박사장네는 조마면 강곡리  가제산 산줄기아래 자리잡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오랫만입니다" 인사가 떨어지자  마자 농원을 한바퀴 빙 둘러본다.

 

쑥이랑 달래를 깨기 위해 산길을 따라 뒷산으로 올랐다.

 

 

벌통  한 40여개만 남기고 다른 분들에게 다 넘겨주고 홀가분하게 사신다는 박사장님네!

평소에 시간나면 베낭여행으로 각국을 다니신다는 얘기를 호야 아빠로부터 익히 들은 터라

베낭여행에 말꼬리를 돌리니,  박사장님은 신이 나서 숨도 쉬지않으시고 연속 여행 이야기속으로 빠져드시네.

 

남미여행에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 여행 등 이야기는 끝이 없다.

다음에 우리도 함께가자고 조르자 흔쾌히 그러마고 하신다.

 

 

벌통주위가 분주하다.

햇볕을 따라 부지런히 움직인다.

겨울철은 벌이 쉬는 철이라 여행하기 좋은 철이라네.

 

벌들은 농약에 약하다는 말을 듣고는 이 지역이 청정지역-농약을 쳐서는 안되는 공기맑은 곳-이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산속 깊숙히 들어 온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대체로  아가시아꽃을 물어나르는 벌들 이야기, 그러나 산속에 나는 이름모를 꽃들에서도 더욱 좋은 자양분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되었다.

 

5월 ! 아까시아꽃이 만발할 때 다시 한번 와야지...

 

 

 

산길에 강아지들도 함께 하였다.

이 놈들도 모처럼의 야유회(?)에 신이 낫는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한다.

 

 

봄을 따라 흘러내려오는 냇물소리가 맑다.

그런데 작년 여름 태풍에 홍수를 만나  이곳저곳 상흔들이 수두룩하다. 복구할 엄두도 안난다네...

 

 

박사장님 어부인은 표정이 티없이 맑다.

자연속에서 10여년째 사시면서 세상의 이치를 터득해서일까?  너무나 순수해 보이신다.

 

 

 

 

달래를 깨거나  쑥대 사이로 삐쭉나온 쑥을 캐면서 마냥 즐거워하신다.

"이게 쑥대야, 이걸 베어다가 쑥대로 연기를 내어 벌들을 이동시킨단 말이야..."

 

 

 

 

 박사장님은 벌들을 키우면서 많은 것을 얻는다고 했다.

세상 이치, 욕심부리지 않기, 건강챙기기  등 -자연과 함께 하면 모두  도인처럼 되는 걸까?

 

 

 

벌들은 정직하다.

남을 속일줄도 모른다.

벌들은 남을 이롭게 한다.

 

 

 

 

 

 

산수유도 봄햇살에 웃고 있다.

 

 

이윽코 리어커에 돌 몇개를 담아 마당한가운데에  삥 들러치고 가마솥뚜껑을 얻는다. 불을 지핀다.

자연속에서 제맛을 즐기자는 배려가 숨어 있다.

 

마당에서 벌이는 돼지 목살구이는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른다.

숨겨둔 와인병을 들고 나오시는 주인장, 갓 케어온 달래에다 묵은지를 걸쳐 먹는 맛이란.........제멋이다.

 

 

산속은 저녁이 일찍 내려온다.

금방 찬기가 돈다.

 

서둘러 방으로 들어와 차 한잔을 하자신다.

 

 

단출한 살림에 오밀조밀한 가구들

자연속에 사는 지혜가 엿보인다.

 

 

밤은 깊어가고

사방은 칠흑같은 어둠이다.

봄밤은 이래저래 흘러간다. 

보이차와 생강나무꽃차가 번갈아 나왔다.

친구와 마시는 한잔의 차, 인생은 이렇게 흘러가는 것이다.

 산속 벌꿀 농장에서 소박한 꿈과, 작은 기쁨과 그리고 자연의 순리를  배운다.

 

 

 

 오늘은 재수좋은 날이다.

 오랫만에 정말 오랫만에,  옛친구를 만나 이야기꽃은 피어올랐다. 봄밤은 정겹게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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