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정뜨락에서 밤을 훔치다
10월19일 금요일
오후 다섯 시쯤, 수업중에 핸드폰이 새암(2005.5.12생 난정뜨락 첫손녀) 목소리로 앙알거렸다.
"전화가 왔어요, 잠깐만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깜짝 놀라 핸드폰을 껐다가 쉬는 시간에 다시 켜봤더니 만난지 2년은 넘은 것같은 고교동기.
"인천에 어떤 심사 하나 끝내고 내려가는 길인데, 너 얼굴 좀 보고 갔으면 좋겠다."
"좋지, 다섯시 20분에 수업 끝나는데, 그때까지 경기대 후문으로 오면 된다."
그래서 만난 친구와 우리 부부는(남편은 혼자 앞장 서고 나는 친구 차에 타고)
캠퍼스 후문에서 출발~ 지금은 사라진 옛 난정뜨락 동네(서부용인)를 거쳐서
용인동부~ 용인시청 맞은편의 '청학골'에서 저녁을 먹고~
일곱시 20분쯤에 지금의 난정뜨락에 도착하였다.
버스길보다 넓은(321번 지방도로지만 국내 유일의 후진 길)편인 '난정교'에 일단 차를 세우고
쪽문을 열어 대문을 반만 열고(대문을 활짝 열 필요가 없을만큼인 차량출입구) 진입한 난정뜨락.
"우리집은 산꼭대기야." 라는 나의 안내용 사실주의 멘트를 상징주의 멘트로 들었던지,
대문을 열고서도 언덕을 오르는 격인 난정뜨락 마당이라는 소개에 얼떨떨해진 친구.
"대문 열었는데?" 운운하며
어둠에 묻힌 연못과 정자는 지났어도 지난 줄을 모르던 친구.
남편이 안대문(주택 출입대문인데 보통 때는 차가 차고로 들어가야 하니 이 문까지 활짝 열어야 함)
바로 앞에다 차를 세우자(나중에 친구를 배웅해야 하므로) 바로 그 뒤(대형 벽화 앞)에
자기 차를 정차시킨 친구. 남편이 안으로 들어가 불을 켤동안 이 친구,
"정말이가? 이걸 직접 손으로 그렸단 말이가?"
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친구가 화가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옛 난정뜨락의 그 벽화를 알면서도,
쉽게 믿어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친구는 계속 차 안에서 부시럭 부시럭하더니 기어이 카메라를 끄집어내는거였다.
차의 불을 그대로 밝혀놓고 셔터를 누르는 친구.
고성능 카메라인가 보다. 밤을 낮인양 찍는 남자...
그림만 찍는 줄 알았는데, 나더러 그림 앞에 서란다.
(사진 찍힐줄 알았으면, 미리 말해줬으면 그림 위의 불을 켜는 건데....)
위 사진은 이 친구가 찍어갔던 사진을 다음날 바로 카페에 올린 것 중에서 몇 점 편집한 것입니다.
[난정뜨락]게시판 [그림일기/포토뉴스]-난정뜨락에서 밤을 훔치다-에 나머지가 있습니다.출처 : ☾ 난정뜨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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