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두리 2020. 9. 9. 21:55

 -김 연 화

 

 

고샅길 초입 느티나무 숲이 있었다  작은 내를 끼고 가파른

언덕을 지나야 마중 나오는  늙은 집 나보다 두 살 위인 소몰

이꾼이 무화과나무 잎에 몸을 숨긴 채 기타와 하모니카를 연

주해 주던 뒤란 백작약 꽃을 뿌리채 뽑아 흙과 함께 비닐봉

지에 싸서 열두살 가슴에 안겨주던 날이 역마살 짙은 바람

으로 떠돈다 새들이 흔들어놓은 미루나무 숲길을 역류해 작

약 뿌리에 매달린 '메기의 추억'하모니카 소리가 내 무릎 치

마에 휘감길 때까지 걷는 미루나무 숲 서른 해나 지난 세월

이 머리를 헤치고 흰 사슴을 몰고 나에게로 올 거라는 생각

을 했다 새벽 4시면 교회 종탑에서 잠 덜 깬 종소리가 쏟아

져 내리고 성경책을 끼고 사립문을 여시던 엄마는 나의 바다

빛깔 물방울 무뉘 그려진 원피스 마무리하지  못한 채 서둘러

별을 따라 떠나셨다 흔들리는 언덕 위  벽오동잎 무리 지어

무너져 내리는  어스름이 오면 이슬 맺힌 풀잎마다 수리부엉

이가 울었다 그 긴 세월 흔들리는 고샅길 휜 그림자  너머 상

현달이 뜬다 달의 이마 위 새겨진 그리움 하나 빈집이다 빈

집 가득 달빛이 남긴 그늘 두텁게 쌓여 있다

 

 

   -김연화 시인의 첫시집

    초록나비가

    구미  수요문학회 가 주관한 시 낭송회에서 발표되었다.

    금오산 뒷길 커피베이에서 지난 9월 2일 가을 저녁에

    박상봉 시인외 여러 문인들이 모여 

    시집 출간 기념회겸  자작시를 낭송하였다

 

초록 나비

 

-김연화 

 

 

 

꽃들 잔칫상 물린 자리

오월 끝자락 잎들의 세상은

사람만 두고 모두 초록이다

잎사귀의 꿈이 나비가 되었을까

초록 날개 저어 봄을 건너온 유월

금오산 기슭에서 본다

표본실에서도 본 적 없는 초록 나비

눈부시지 않아서 더욱 아름다운

봄꽃 떠난 세상을 온통

휘젓는 초록의 날개짓이

평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