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시
어머니 빗자루
이노두리
2020. 9. 9. 11:35
어머니 빗자루
-박상봉
학산 넘어 달서구청
맞은편
골목길 접어들면 낡은 집 한채
대문 옆에 비스듬히
기대어
햇볕을 쬐고 있는 빗자루
바닥을 얼마나
쓸어댔는지
끝이 너덜너덜 닳았다
나는 빗자루에 인사한다
세상에서 가장 큰 빗자루,
우리 어머니
나 배앓이 할 때
아픈 배 쓸어 낫게 하던
따신 손
고통 있는 것들 다
쓸어내고
절망을 씻어 말려주던
측량할 수 없는 크신
사랑
받아 누리며 살아온
나날들
이제는 서 있기 조차
힘들어
땅 짚고 앙버티며
뭉툭한 손으로 저녁상
차리시는데
눈언저리에 수심 가득
주름졌다
이도 없이 잇몸으로
오물오물
고기 한 점 씹어 삼키는
울 엄니
메마른 입술 부르튼
세월은
분홍 지우개로 문질면
없어질까?
담청색 물감 담뿍
흘려놓은 밤하늘에
별 하나 둘 헤아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