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투병기

08. 의사선생님

이노두리 2018. 8. 24. 11:42

71일 일요일

 

비소리가 강하다. 집으로 돌아와서 둘째날,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이번주 내내 비가 오겠단다. 베란다에서 창밖을 내다보니 빗줄기가 제법 굵다

주차장 차량들이 아스팔트 포장 색깔에 맞추어 깨끗해졌다. 세차할 필요가 없어진 것 같다.

비야 내려라.  

일요일, 심인당에 가야 할 시간인데 아내는 저녁에 가겠다면서 소파에 누워있다.

빵 한조각에 삶은 달걀 하나, 토마토 쥬스 한잔이 아침 식사다.

 

최신 치료 가이드인 대장암 100100을 꺼내 들고 암이란 무엇인가 편을 다시 읽어 본다.

(cancer)이란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세포의 유전자에 변화가 일어나면 비정상적으로 세포가 변하여 불완전하게 성숙하고, 과다하게 증식하게 되는데 이를 암이라 정의한다고 되어 있다.

또한 암은 주위 조직 및 장기에 침입하고 이들을 파괴할 뿐 아니라 다른 장기로 퍼져갈 수 있는 특징이 있다고도 설명한다.

 

순천향병원에서 처음으로 대장내시경 검사와 CT검사 결과를 통보받았던 때가 작년 421일이었다. 그날 의사는 큰병원으로 가보라는 말만 했었다. 칠곡경북대병원 소화기내과에 가서 다시 내시경 CT를 찍고 조직검사 결과 암세포가 발견되지 않았었다. 대장암센터 대장항문외과 박준식 선생님은 23일 입원하여 수술 후 조직 검사를 하자고 했다.

검사 결과, 최종 골반육종이라는 소위 암 진단을 받은 날은 612일이었다.

    

올 것이 왔구나싶었다. 

 

서울 삼성병원으로 진료를 예약했었다.

삼성서울병원 윤성현 교수는 상세불명의 항문의 악성 신생물이라는 다른 진단을 내렸고, 우리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었다. 이날이 619.

      

다시 칠곡경북대병원 박준석 교수를 찾아갔다. 그 날은 622,

"지리적으로 가까운 칠곡병원에서 항암, 방사선치료를 한 후 수술하자"고 권유하셨다.

항암, 방사선과 진료 예약일은 627일, 운명의 그날  부산에 있는 동생(경석)이 사망했다는 급보를 받았다.

방광암 수술을 받고 뼈로 전이되었다고 했다. 병마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허망하게 갔다

수술 후 그 후유증으로 6개월만에 사망한 것을 본 후, 너무 황당하였다. 예순 여섯의 죽음이었다. 생명이 이렇게 쉽게 끝나는가,

 

돌아오자 마자 우리의 마음은 바뀌어 있었다. 共存해 나가기로...

10개월에 걸쳐 한약을 먹었으나, 진통은 조금씩 증가하였고 지윤의 불안한 마음은 겉잡을 수 없었다.

아들, 며느리, 딸은 자기들 나름으로 백방으로 알아보고 의논한 결과, 국립암센터 양성자센터에 진료예약을 하였다.

김대용 선생님을 최초로 만난 날은 2018327일이었다. 대장내시경 촬영일은 42, CT진단과 MRI진단을 한 날은 416, 선생님을 다시 만난 날은 417, 내장내시경 촬영일과 PET 진단은 423, 검진 결과를 통보받은 날은 424, 그날 선생님은 암이 상당히 진행되었으며, 항암 치료를 할 것을 권유하셨다.

암 세포는 아내의 몸속에서 얼마나 활발히 자라나고 있었을까, 의사는 CT 사진과 MRI 사진들을 획획 넘기는 것이었다.

왜 이렇게 방치하셨어요?” 의사는 아내를 죽이기로 작정이라도 한 사람처럼 나를 쳐다보는 듯 했다.

한약으로 치료해 왔습니다. 병원은 죽어도 오기 싫었어요.” 아내가 변명하듯이 말했다.

속죄하듯이 의사선생님 의견에 순응하여 치료할 것을 약속하였다. 꼭 일년만에 다시 병원으로 돌아 온 것이다.

 

혈액종양내과 차용준 선생님을 만난 날은 425, 외국에 나가셨다 어제 돌아와 스케쥴이 바쁘다 하였다.

이날 마지막 순서로 진료를 받았다.

당장 내일부터 항암을 하자고 하였으나, "지방에 있기 때문에 준비하여 올라 오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다음주부터 항암 하겠다고 했다.

국립암센터 101병동에 입원한 날은 429, 일요일 오후였다.

5인실 1017호 병실은 낯설었다. 이국땅에 처음 온 것 같은 기분이랄까

분주히 왔다갔다하는 간호사들, ’뻐꾸기둥지로 날아간 새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생긴 환자들 환자들.

긴 병원 복도, 창밖으로 일산의 먼 풍경들, 환자복으로 갈아입은 아내가 그들의 일원이 되는 것이 너무나 어색했다.

병원생활은 일정한 패튼으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사액을 맞고 퇴원하여 귀가하였다가 다음달 말, 3주 후 일요일에 다시 입원하는 것으로 스케줄을 잡아주셨다.-지방 환자를 위하여-

다른 분들은 2주에 한번꼴로 치료한다고 했다.

대용 선생님은 턱수염을 재미있게 기르신 분으로 차분히 환자를 대하셨으며, 말씀도 조용조용히 하셨다. 먼저 환자의 동의를 구하셨다. 양성자치료센터, 방사선종양학과 전문의로서 서울의대 의학박사이시다.

 

"병이 났으니 의사가 권하는 치료법을 따를 수 밖에 없는 게 세상 이치"라는 것을 잘 설명해 주신 최초의 선생님이시다 

의사 선생님은 잘 만났다고 마음먹기로 했다.. 차용준 선생님은 샌님처럼 차분한 분이시며, 혈액종양내과 전문의시다. 아직 젊으시다.

 

  

과연 몸속의 암세포는 얼마나 줄어들었을까? 들여다 볼 수 없어 답답하다.

 

세 번째 항암화학요법 치료를 하고 있는 아내의  완치 판정은 언제쯤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