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시

이 땅에서만, 詩를

이노두리 2007. 4. 28. 20:16

용서하세요 어머니

2월 보름날 어머니 제삿날

막내가 못 왔어요 가난해서 祭日을 잊었다나 봐요

 

넷째 석이는 중국에 가 있어

전화도 안해 봤어요 미리 못 온다 하고 갔으니까요

석달 됐어요, 덕분에 第嫂도 안 왔어요

 

어머니 저는

이게 나이라고 詩가 좋아지네요

늦은 밤에도 詩를 읽고요

자고 나서도 詩를 쓰네요

 

이러다 어머니께 꾸중을 들을까봐 걱정도 되지만

 

이제 눈물이 나도 잘 참아요

딸년이 저녁 늦게 돌아와도 화를 안내요 "시집 갈려고

한놈 고르겠지." 하고

이제 기뻐도, 아들놈이 취직되어 주말에 전화 안해도

"전화세 아끼느라 그렇겠지," 그러해요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요

어머니 용서하세요

T.V드라마에 빠져 말없는 여보에게서

혼만 나지 않는다면 괜찮아요

어머님도 아시잖아요 여보는 원래 잔소리꾼이란 걸

 

납골당 17-13호실 어머님 방에

詩를  가져가 읽어 드릴께요 어머니만 좋으시다면

祭文처럼 낭낭히

이 땅에서만 詩를 읇어 드릴께요.

 

 

 

2007년 4월 어느 늦은 밤에

출처 : 구미문창반
글쓴이 : 이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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